『깨달음의 혁명』복지, 많아질수록 불편해지는 이유?

오스트리아의 급진적인 사상가, 이반 일리히(Ivan Illich). 그의 책 『깨달음의 혁명(Celebration of Awareness)』은 현대 사회의 모든 ‘잘 나간다’는 것들에 대해 “정말 그게 맞아?” 하고 따져 묻는, 머리를 시원하게 깨워주는 책입니다. 복지 전문가로서 기존 복지 제도의 발전 방향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복지를 ‘더 많이, 더 크게’ 만드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복지 서비스들이 어쩌면 우리를 더 무력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되죠.

🚨 ‘도와준다’는 이름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일리히는 학교, 병원, 교회,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복지 원조까지, 현대 사회의 거대한 제도들이 사실은 우리 삶의 자율성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합니다. 제도가 처음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점점 소수의 전문가와 관리자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리고, 결국 평범한 시민들을 **’이용자’가 아닌, 제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종속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나는 빗물질적 요구가 물질적인 상품의 수요로 변화할 때, 즉 건강, 교육, 수송, 복지, 심리치료가 서비스나 ‘보호’의 결과로 정의될 때, 지구의 붕괴 과정이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본문 인용 재구성)

쉽게 말해, 몸이 아플 때 스스로 회복력을 기르는 대신 무조건 ‘병원’이라는 거대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고, 돌봄이 필요할 때 이웃이나 가족의 손길 대신 ‘전문적인 서비스’만을 기다리게 되는 현상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 제도가 커질수록 오히려 돌봄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지역 사회의 관계망이 약해지는 것을 보면 일리히의 통찰이 꽤나 섬뜩하게 와닿습니다. 우리가 ‘복지 선진국’을 외칠수록, 혹시 우리의 자립심을 제도의 창살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보살핌의 아이러니: 내가 하면 안 되나요?

일리히는 제도화된 **’보살핌(care)’**이라는 단어에 특히 주목합니다. 남을 도와주고 지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전문가 집단에 의해 독점되는 순간 오히려 관계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보살핌은 사랑의 가면”이라면서 “보살핌이야말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인용 재구성)

우리가 복지 서비스를 통해 누군가를 ‘수혜자’로 규정하고, 전문가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사람의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이웃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돈과 제도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호혜성(서로 주고받음)’**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국가와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주는 대신,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돕고, 비전문적인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며, 자발적인 관계망이 복지 시스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복지의 미래: 전문가 대신 ‘함께 살기’를 고민하다

일리히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외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개혁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제도들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생각과 가치로부터 스스로 **깨어나자(Awareness)**는 문화적 혁명입니다.

복지 분야에 적용해보면 이렇게 바꿔 생각할 수 있습니다.

  • ‘탈전문가주의’로 전환: 복지 서비스를 전문가만 제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 주민 모두가 ‘복지 자원’이 되어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공공 복지’와 ‘민간 전문가’ 중심의 시스템에 더해, **’시민 주도형 상호부조’**라는 축을 강력하게 세우는 것이죠.
  • ‘함께 잘 사는 가치(공생공락)’ 회복: 경제적인 성과나 효율성보다는, 인간의 행복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돌봄 노동이나 이웃을 돕는 봉사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깨달음의 혁명』은 복지국가의 발전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숫자를 늘리는 대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최우선으로 두는 질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제도의 굴레를 벗어나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서로 돌보는 힘을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복지 제도가 나아가야 할 가장 인간적인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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