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는 분명 경제적으로는 잘 사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늘 ‘경제 대국’, ‘선진국’이라는 말이 들리고, 실제로 OECD 통계를 봐도 한국의 경제 규모는 상위권이죠. 게다가 복지 지출도 예전에 비해 훨씬 빨리 늘어났습니다(물론 아직 OECD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요). 무상급식도 생기고, 보육 시설 지원도 확대되고, 어르신들 기초연금도 있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경제는 커졌는데, 왜 우리 마음은 여전히 불안할까요? 왜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가 들어서 가난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할까요? OECD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 같은 지표를 보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이런 답답한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과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입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동을 이끌어온 오건호 저자를 포함해 다섯 분의 복지 전문가들이 함께 썼어요. 이 책은 의료, 주거, 연금, 노동 등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한국 복지가 지금 어디쯤 와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아주 명쾌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 복지, 누구에게 가고 있나요? ‘불균등 발전’의 비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복지가 늘긴 늘었는데, 이상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잘 안 가네?”라는 진단입니다. 저자들은 현재 한국 복지제도가 ‘불균등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복지 혜택이 확대되면서 새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주로 중간 계층이나 그 이상에 집중되고, 정작 당장 도움이 절실한 가난한 분들이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분들은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이야기죠.
“복지가 늘고 있지만 새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중간 계층 이상이기 때문에 복지 제도가 불균등한 발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안타까운 지적은 ‘줬다 뺏는 복지’의 현실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려운 어르신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존에 받던 생계급여가 그만큼 삭감되어 결국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법의 원칙(보충성의 원리)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정말 힘든 분들이 오히려 지원에서 제외되거나 차별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나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을 때도 기초생활수급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죠.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느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병원비, 교육비… 왜 개인의 짐이 이렇게 무거울까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나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공적 복지 지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주거, 자녀 교육 등 필수적인 삶의 비용을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있어도, 우리는 혹시 모를 큰 병에 대비해 사설 보험료를 공보험료의 3배가 넘게 내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있지만 벌이가 적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도 무려 300만 명에 달합니다. OECD에서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18.7%).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상태가 지속되면, 당연히 삶의 불안정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가 든든하게 받쳐줘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이 헐거워지니, 모든 걸 개인이 사적으로 해결하려 들고, 결국 가계 부담은 늘어나 행복도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불안을 넘어, 든든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이 책의 미덕은 문제 제기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복지국가의 확실한 비전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이제 ‘보편 복지냐, 선별 복지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이 제대로, 충분히 돌아가도록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복지 혜택이 소득을 제대로 보충해주어 일하는 사람이 가난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의료나 주거처럼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필요(needs)’를 국가가 확실히 책임져주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는 단순히 복지 제도에 대한 딱딱한 해설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왜 불안한지,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질문과 해답을 담고 있습니다. ‘나의 삶’을 더 든든하게 만들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우리 모두의 몫을 돌려받는 이야기
💖 기본소득의 경제학: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기본소득과 정치개혁』: 복지국가의 진화를 위한 청사진
🔍《기본소득과 디지털 유토피아》: 기본소득은 정말 모두를 위한 유토피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