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말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동네,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곳에 헐하우스(Hull House)라는 작은 보금자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북미 최초의 사회복지기관이자, 인보관(Settlement House) 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였죠.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제인 애덤스(Jane Addams, 1860~1935)의 자전적 기록, 『헐하우스에서 20년』은 100년도 더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복지 고민에 깊은 해답을 주는 책입니다. 머릿속의 관념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삶’으로 빈곤과 불평등에 맞섰던 애덤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복지 현주소를 따뜻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거창한 이념 대신, 함께 살아보는 경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에 뿌리내린 경험과 사람을 중심에 둔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제인 애덤스는 부유한 집안 환경을 뒤로하고, 그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가난한 동네로 직접 이사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좋은 일을 하겠다는 자선 활동을 넘어, 힘들게 사는 사람들과 곁에서 함께 살면서 그들의 고통과 일상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거예요.
“우리는 아무리 악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에게서 좋은 면만 보자고 했다. 물론 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때가 많았지만 그런 원칙을 세워둔 것은 다른 사람과 적대적 관계를 맺을 때 열정과 능력이 헛되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헐하우스에서는 아이들을 맡아주는 보육원, 밤에 공부하는 야간 학교를 운영했어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을 넘어, 아동 노동 폐지, 여성 참정권, 노동 환경 개선 입법 같은 큰 사회 개혁까지도 주도했습니다. 애덤스는 사회의 문제가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실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 모습은 지금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과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의 가장 순수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2024년 이후 한국 복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올리고(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 32% 상향), 희망저축계좌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등 취약계층의 소득 보장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와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헐하우스의 정신처럼 ‘현장에서 시작되는’ 맞춤형 도움과 ‘민간과 공공이 손잡는’ 복지 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한국 복지의 미래, 헐하우스에서 배우다
제인 애덤스는 가난한 삶에 직접 들어가 노동의 어려움과 고통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복지 활동도 진정성이 없다고 봤어요. 이 ‘함께하는 마음’은 오늘날 한국의 복지 발전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생각을 던져줍니다.
- 단순히 ‘주는 복지’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복지’로: 헐하우스는 도움만 받는 곳이 아니라, 이민자들이 서로 문화를 나누고,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배우는 공동체의 배움터였습니다. 우리 복지 역시 단순히 돈을 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활 성공 지원금 확대나 디딤씨앗통장 가입을 늘리는 것처럼, 수혜자 스스로 힘을 기르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어서는 복지(Active Welfare)’ 철학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 일터의 행복과 제도적 변화: 애덤스의 노력은 아동 노동을 없애고, 여성들의 일터 환경을 개선하는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한국의 복지 정책이 어려움을 겪은 후의 지원뿐만 아니라, 고용 불안정과 소득 격차를 줄이는 노동 시장 정책과 함께 가야 함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2025년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정책) 등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 마음의 연대와 평화의 가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애덤스의 활동은 모든 인류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평화주의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헐하우스가 다양한 이민자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어울린 공간이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도 혼자 남겨지는 이들을 보듬고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따뜻한 연대와 공동체 만들기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합니다.
✨ 시대를 초월하는 울림: 100년 전 복지의 따뜻함
『헐하우스에서 20년』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복지가 처음 시작되던 시기의 생생한 기록이자 교과서와 같습니다. 애덤스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었습니다. 그녀의 기록은 우리에게 복지 전문가는 현실을 외면하는 차가운 이론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보고 그 속에서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실천가여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이 책은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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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하우스에서 20년> 제인 애덤스, 사회복지학과 필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