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우리 동네와 옆 동네가 너무 다르다고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하시모토 겐지 교수의 『계급도시: 격차가 거리를 침식한다』는 우리가 매일 숨 쉬고 살아가는 도시 공간이 사실은 계급의 경계선으로 촘촘히 나뉘어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쿄라는 거대 도시를 샅샅이 파헤치면서, 소득 격차가 단순히 지갑 속 돈의 차이를 넘어, 우리가 사는 동네와 공간 자체를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아주 객관적인 데이터와 생생한 현장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저자가 정의하는 ‘계급도시’란 “계급 간 격차뿐 아니라 그 격차가 공간적으로 표현된 도시”를 말합니다. 이 말은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동산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마치 거울처럼 와닿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한번 볼까요?
“거주지 분리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인종이나 계급 간 대립이 그치지 않는다. 기회의 평등도 보장받지 못하며 사회는 둘로 분열된 채 혼종문화도 생기지 않는다. 결국 격차가 작아져도 그 효과는 제한된다. 달리 말해 도시의 공간 구조를 바꾸어야 격차가 작은 사회가 실제로 가능하다.”
결국 어디에 사느냐가 내 아이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어떤 친구들을 만나며,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셈이죠.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과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누리며 살고, 그렇지 않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기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을 좀 지원받더라도, 이미 공간 자체가 만들어낸 불평등의 벽을 넘기가 너무 힘들어지는 거죠.
📊 데이터가 보여주는 서울과 도쿄의 닮은꼴
하시모토 교수는 도쿄 23개 구의 소득 자료와 과세 정보를 치밀하게 분석해, 부유한 지역(야마노테)과 그렇지 않은 지역(시타마치)이 얼마나 극명하게 나뉘어 있는지 통계적으로 입증합니다. 이러한 공간의 양극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자본의 논리와 재개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점점 더 견고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 특히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격차 심화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 책의 분석이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이 흐르는 곳에 고급 아파트와 편의 시설이 들어서고, 기존 거주민들은 점점 더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죠. 우리가 의식하든 못 하든, 우리는 스스로 다른 계층과의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 안에서만 살아가려는 습성을 갖게 됩니다.
🤝 복지 전문가가 바라본 한국 사회의 ‘공간 복지’
한국 사회는 그동안 주로 소득을 중심으로 복지 제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당장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현금을 지원하거나 실업 수당을 주는 등 꼭 필요한 정책들이었죠. 하지만 『계급도시』를 읽고 나면, 이제는 공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복지 정책의 핵심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돈을 지원해도, 좋은 주거 환경과 양질의 교육, 의료 서비스가 특정 지역에만 몰려있다면 계층 이동은 요원해집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숙제는 바로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입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도시 공간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에서 찾아야 합니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분리되어 살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공 주택 정책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 간의 교육 및 공공 서비스의 질적 격차를 줄이는 데 복지 예산을 집중해야 합니다. 재개발이나 도시 계획을 할 때도 ‘시세 차익’보다는 ‘기존 거주민의 안정적인 거주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하시모토 교수가 꿈꾸는 ‘혼종도시’는 단순히 예쁜 도시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정의로운 도시의 모습입니다.
✨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더 나은 도시를 꿈꾸며
『계급도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사는 곳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이 책은 복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공간과 복지를 통합적으로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그리고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독자들에게는 우리 도시의 불평등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주 소중한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더 공평하고 따뜻한 도시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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