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복지 이야기를 꺼낼 때 보통 돈을 나누거나 보험을 드는 것부터 생각하죠. 하지만 살 집, 타고 다니는 교통, 숨 쉬는 환경처럼 우리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도시 공간이 공평하지 않다면, 아무리 복지를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곽노완 교수님이 쓰신 《도시정의론과 공유도시》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도시 공간의 눈으로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공유도시라는 기발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 넘치는 책입니다. 도시가 돈의 논리에 갇혀버린 현실에서, 도시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도시공유권의 비전을 통해 한국 복지 시스템이 나아갈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 돈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권리가 숨 쉬는 도시로
저자님은 도시화가 낳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도시 공간 자체가 자본이 돌아가는 핵심 축이 되면서, 도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윤이 소수의 주머니로만 흘러들어 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도시재생이 자본의 주요한 생산물로 부상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금융기법을 통해 유휴자본과 축적된 자본의 주요 투자처로 전환된 이래, 도시공간의 생산과 이로부터의 이윤은 산업부문에서의 이윤과 나란히 자본순환의 주요 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책의 1부는 르페브르나 하비 같은 유명 학자들이 이야기한 도시권(Right to the City) 개념을 복지 논의로 확장시킵니다. 단순히 도시에 살 권리를 넘어, 도시를 함께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로서의 도시권이 기본소득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부분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 도시권을 공적 공간의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을 넓히고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시공유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도시 공간에서 발생하는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 돈(지대)’을 우리 모두의 공동 자산으로 보고, 이 자산을 바탕으로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려는 새로운 차원의 복지 접근법입니다. 2012년 서울시의 공유도시 선언 이후 뜨겁게 논의되었던 공유경제를 도시정의라는 더 깊은 관점에서 풀어낸 점이 돋보입니다.
🏘️ 집 걱정 없는 평등한 주거를 위해: 토지 공유라는 혁신
한국 사회에서 복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주거 문제입니다. 저자님은 2부 ‘공유도시’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공유제 같은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주거 평등권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합니다.
토지임대형 주택이나 공공임대 정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토지와 지대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도시 주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복지정책에 대단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집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우리 공동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대전환을 요구합니다.
나아가 저자님은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유지를 가진 ‘글로컬아고라’를 꿈꾸는 공유도시의 비전을 제시하며, 시민들이 함께 만들고 협력하는 정의를 통해 도시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의 공유 정책이 단순한 ‘나눠 쓰기’를 넘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뼈대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최근 몇 년간 더욱 심해진 부동산 양극화와 주거 불안정 문제를 생각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토지 공유와 주거평등권의 비전’은 정말 시의적절하고 앞서가는 통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국 복지, 이제 ‘공간의 정의’로 한 걸음 더
《도시정의론과 공유도시》는 한국 복지 시스템의 발전을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길에서, 단순히 돈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넘어 도시 공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 과제인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도시 공간은 그냥 우리가 사는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민의 경제적, 사회적 기회와 접근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복지 자원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복지국가를 완성하려면 도시를 돈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고, 모든 시민이 도시를 즐기고 참여하며, 그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공유도시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도시 불평등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을 기본소득이나 공유경제 같은 현실적인 대안과 연결하여 제시하는 이 책은, 한국 복지 논의의 지평을 ‘공간의 공평함’으로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도시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시민 공동체를 회복하며, 궁극적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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