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프레이리 선생님의 『페다고지』, 이 책의 부제처럼 ‘피억압자를 위한 교육학’은 사실 교육을 넘어 우리 복지 이야기의 아주 깊은 핵심을 건드리는 정말 중요한 책입니다. 한국의 복지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특히 복지 서비스를 받는 분들을 그저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우뚝 세우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던져주거든요.
🔒 복지 현장의 ‘은행식’ 접근, 우리 모두 무심코 해왔던 실수
프레이리 선생님은 기존의 교육 방식을 ‘은행 저금식 교육(Banking Education)’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선생님(전문가)이 지식을 잔뜩 가지고 있고, 학생(수혜자)은 그저 텅 빈 통장처럼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기만 하는 방식이죠. 결국 이러한 방식은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당하는 사람의 문화를 자꾸만 만들게 됩니다.
“은행 저금식 교육에서는 지식의 권위를 자신의 직업상의 권위와 혼돈하고 그 권위로써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한다.”
이 ‘은행식’ 접근이 복지 현장에도 고스란히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요? 복지 전문가(공급자)가 모든 문제 해결의 답을 독점하고, 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전문가의 지시에 얌전히 따라야 하는 객체가 되어버리는 구조 말입니다. 복지 서비스가 ‘내가 너를 도와주는 거야’라는 시혜나 동정의 형태로 제공될 때, 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힘(주체성)을 빼앗기고 ‘나는 무능하구나’라고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 대화와 깨달음, ‘문제 제기식 교육’이 주는 복지적 희망
프레이리 선생님이 제안하는 대안은 바로 ‘문제 제기식 교육(Problem-Posing Education)’입니다. 이건 선생님과 학생이 진심으로 대화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깊이 생각(성찰)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실천(프락시스)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참된 사고란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사고다. 따라서 그것은 고립된 상아탑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의사소통 속에서만 생겨난다. 해방교육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인식 행위로 구성된다.”
복지 현장으로 이 정신을 가져와보면, 이것이 바로 ‘함께 만드는 복지’이자 ‘깨어있는 의식화’가 됩니다. 복지 서비스를 받는 분들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보는 관점인 거죠.
- 삶의 주인이 되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욕구를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대신, 그분들이 자신의 삶의 어려운 점(한계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 구조적 이해: 개인의 빈곤이나 어려움을 그저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대신, 그 문제의 사회적·구조적 불평등의 뿌리를 함께 파헤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복지 서비스를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깨달음(의식화)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한국 복지, 이제 ‘함께 크는 복지(소셜 페다고지)’로 나아가야
프레이리 선생님의 철학은 덴마크 같은 나라의 복지 철학인 ‘소셜 페다고지(Social Pedagogy, 사회 교육학)’와도 통합니다. 이건 교육과 복지를 나누지 않고, 사람은 환경과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사회적 존재이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한국 복지 현장, 특히 아동 돌봄, 지역사회 복지, 자활 사업 등에서 프레이리 선생님의 지혜를 적용하는 건 복지 혁신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 복지 전문가의 역할 변화: 전문가가 지식을 주입하는 사람이나 시혜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의 성찰과 행동을 옆에서 돕는 ‘좋은 대화 상대’이자 ‘질문을 던지는 촉진자’가 되어야 합니다.
-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대화 모임(문화 서클)’과 같은 장을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제도 자체를 점검: 복지 제도가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다면서 오히려 규칙과 통제로 사람들을 옭아매고 또 다른 억압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늘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제도를 만들 때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참여 민주주의가 꼭 필요합니다.
『페다고지』는 복지 전문가들에게 겸손한 마음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복지 대상자를 향한 진정한 사랑과 믿음을 요구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대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지금의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 책이야말로, 더 나은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 사회가 꼭 읽고 깊이 고민해봐야 할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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